2.1.2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 비교

컨테이너 기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비교 대상이자, 컨테이너의 특징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가상 머신(Virtual Machine, VM)입니다. VM과 컨테이너는 모두 하나의 물리적 하드웨어 위에서 여러 개의 격리된 실행 환경을 제공한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과 내부 구조, 그리고 그로 인한 특성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치 같은 목적지로 가는 데 고속 열차를 타는 것과 경비행기를 타는 것이 다른 경험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과 같습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 왜 컨테이너가 핵심 기술로 부상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표적인 가상화 기술이었던 VM과 비교하여 컨테이너가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VM과 컨테이너의 아키텍처 차이부터 시작하여 리소스 효율성, 성능, 속도, 이미지 크기, 그리고 격리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두 기술을 상세하게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2.1.2.1 아키텍처 차이 (Hypervisor vs Container Engine)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가 하나의 물리적 시스템 위에서 격리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그 둘을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바로 가상화(Virtualization)를 어느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는가에 있습니다. 이 아키텍처의 차이는 마치 건물을 짓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과 같아서, 이후에 논의될 성능, 효율성, 속도 등 모든 특성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이 됩니다.

2.1.2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 비교
가상 머신 (VM) 아키텍처: 하드웨어 전체를 복제하는 방식 (하드웨어 가상화)

전통적인 가상화 기술인 VM은 하드웨어(Hardware) 계층을 가상화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즉, 물리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자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에뮬레이션(Emulation)하여 여러 개의 독립된 가상 컴퓨터를 만드는 개념입니다. VM 환경의 아키텍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계층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1. 물리적 하드웨어 (Physical Hardware): 가장 아래에는 실제 서버를 구성하는 CPU, 메모리(RAM), 하드 디스크(또는 SSD),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NIC) 등 물리적인 부품들이 존재합니다.
  2. 호스트 운영체제 (Host OS) (선택 사항): VM을 구현하는 방식 중 ‘타입 2 하이퍼바이저’의 경우, 이 물리 하드웨어 위에 윈도우(Windows), macOS, 또는 리눅스(Linux)와 같은 일반적인 운영체제가 먼저 설치됩니다. 우리가 개인용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Oracle VirtualBox나 VMware Workstation/Fusion 같은 소프트웨어가 이 방식에 해당합니다.
  3. 하이퍼바이저 (Hypervisor): VM 환경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하이퍼바이저는 물리 하드웨어 자원을 직접 관리하거나(이를 ‘타입 1’ 또는 ‘베어메탈(Bare-metal)’ 하이퍼바이저라고 하며, VMware ESXi, Microsoft Hyper-V, Xen, KVM 등이 대표적입니다), 호스트 OS 위에서 실행되면서(이를 ‘타입 2’ 또는 ‘호스팅(Hosted)’ 하이퍼바이저라고 합니다) 하드웨어 자원을 가상으로 분할하고 제어합니다. 하이퍼바이저의 주된 역할은 물리적인 하드웨어 자원을 추상화하여, 각 VM에게 마치 자신만의 독립적인 CPU, 메모리, 디스크, 네트워크 카드 등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가상의 하드웨어(Virtual Hardware)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4. 게스트 운영체제 (Guest OS): 각 VM은 하이퍼바이저가 제공해 준 이 가상의 하드웨어 위에 완전한 운영체제 커널과 시스템 라이브러리,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운영체제(예: Ubuntu Linux, CentOS, Windows Server 등)를 처음부터 설치하여 부팅하고 실행합니다. 중요한 점은, 각 VM은 서로 완전히 독립된 자신만의 OS 커널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5. 애플리케이션 (Application) 및 종속성: 최종적으로 우리가 실행하고자 하는 애플리케이션과 그 실행에 필요한 라이브러리, 바이너리 등은 각 VM의 게스트 OS 위에 설치되어 동작합니다.

결론적으로 VM 환경에서는, 물리 서버 하나 위에 여러 개의 완전한 가상 컴퓨터가 각각 독립적인 하드웨어 자원(가상)과 운영체제 스택을 가지고 실행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마치 넓은 대지(물리 서버) 위에 여러 채의 독립적인 단독 주택(VM)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각 주택은 자신만의 기초 공사(가상 하드웨어) 위에 온전한 건물 구조(게스트 OS)를 갖추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각 VM은 서로 강력하게 격리되며, 심지어 서로 다른 종류의 운영체제(예: 리눅스 VM과 윈도우 VM)를 하나의 호스트 시스템 위에서 동시에 실행할 수도 있습니다.

컨테이너 (Container) 아키텍처: 운영체제를 공유하며 프로세스를 격리하는 방식 (운영체제 수준 가상화)

반면, 컨테이너는 VM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하드웨어를 가상화하는 대신, 호스트 운영체제(Host OS)의 커널(Kernel)을 모든 컨테이너가 공유하면서, 운영체제 수준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하여 각 프로세스 그룹(컨테이너)을 격리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를 운영체제 수준 가상화라고 부릅니다. 컨테이너 환경의 아키텍처는 다음과 같은 계층 구조를 가집니다.

  1. 물리적 하드웨어 (Physical Hardware): VM과 동일하게 실제 서버 하드웨어가 기반이 됩니다.
  2. 호스트 운영체제 (Host OS): 물리 하드웨어 위에 리눅스(Linux)나 윈도우(Windows)와 같은 단일 운영체제가 설치됩니다. 컨테이너 기술, 특히 리눅스 컨테이너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바로 이 호스트 OS의 커널을 모든 컨테이너가 직접 공유하고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각 컨테이너마다 별도의 커널을 가지지 않습니다.
  3. 컨테이너 엔진/런타임 (Container Engine/Runtime): 호스트 OS 위에 설치되어 실행되며, 컨테이너 이미지를 관리하고, 컨테이너의 생성, 실행, 중지 등 전체 생명주기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Docker Engine, containerd, CRI-O 등이 있습니다. 컨테이너 엔진은 하드웨어를 에뮬레이션하는 하이퍼바이저와 달리, 호스트 OS 커널이 제공하는 기능들, 특히 네임스페이스(Namespaces)와 컨트롤 그룹(Cgroups)을 활용하여 각 컨테이너에게 격리된 실행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4. 애플리케이션 및 종속성 (Application & Dependencies): 각 컨테이너는 게스트 운영체제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대신, 실행하고자 하는 애플리케이션 코드와 그 실행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라이브러리(libs) 및 바이너리(bins) 등의 종속성만을 하나의 패키지(컨테이너 이미지) 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5. 격리된 사용자 공간 (Isolated User Space): 컨테이너 엔진은 호스트 OS 커널의 네임스페이스 기능을 이용하여, 각 컨테이너가 마치 자신만의 독립적인 프로세스 트리(PID 1부터 시작),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파일 시스템 마운트 포인트, 사용자 ID 등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격리된 환경(사용자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Cgroups 기능은 각 컨테이너가 사용할 수 있는 CPU, 메모리 등의 자원을 제한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컨테이너 환경에서는, 하나의 호스트 OS 커널 위에서 여러 개의 컨테이너가 실행되며, 각 컨테이너는 운영체제 커널은 공유하되 애플리케이션과 그 종속성만을 포함하는 훨씬 가볍고 단순한 구조를 가집니다. 이는 마치 하나의 큰 아파트 건물(물리 서버 + 호스트 OS) 안에 여러 개의 독립된 세대(컨테이너)가 입주해 있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각 세대는 자신만의 독립된 생활 공간(격리된 사용자 공간과 앱/종속성)을 가지지만, 건물의 기초나 골조, 수도 배관, 전기 시설(호스트 OS 커널 및 공유 라이브러리) 등 기반 시설은 모든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컨테이너는 일반적으로 호스트 OS와 동일한 종류의 운영체제(예: 리눅스 호스트에서는 리눅스 컨테이너)만 실행할 수 있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가상 머신(VM) vs 컨테이너 기술 비교
구분 (Feature/Aspect) 가상 머신 (Virtual Machine – VM) 컨테이너 (Container)
기본 개념/비유 독립된 가상 컴퓨터 / 단독 주택 격리된 프로세스 그룹 / 아파트 내 독립 세대
가상화 수준 하드웨어 가상화 (Hardware Virtualization) 운영체제 수준 가상화 (OS-level Virtualization)
핵심 기술/소프트웨어 하이퍼바이저 (Hypervisor) (예: KVM, VMware ESXi, Hyper-V, VirtualBox) 컨테이너 엔진/런타임 (예: Docker, containerd, CRI-O) + 호스트 OS 커널 기능 (Namespaces, Cgroups)
아키텍처 구조 물리 HW → (호스트 OS) → 하이퍼바이저 → 가상 HW → 게스트 OS → 앱/종속성 물리 HW → 호스트 OS (커널) → 컨테이너 엔진 → 앱/종속성 (격리된 사용자 공간)
운영체제 (OS) 각 VM마다 독립적인 게스트 OS 커널 및 전체 OS 포함 호스트 OS 커널 공유, 게스트 OS 없음
리소스 오버헤드 높음 (각 게스트 OS 실행에 따른 CPU, 메모리 소모) 매우 낮음 (OS 커널 공유, 프로세스 수준 실행)
리소스 효율성 / 밀도 낮음 (동일 하드웨어에 적은 수의 VM 실행 가능) 높음 (동일 하드웨어에 훨씬 많은 컨테이너 실행 가능)
성능 네이티브 대비 약간의 성능 저하 (하이퍼바이저 경유) 거의 네이티브(Native) 성능 (호스트 OS 커널에서 직접 실행)
시작/부팅 속도 느림 (게스트 OS 부팅 필요, 수십 초 ~ 수 분 소요) 매우 빠름 (프로세스 시작 속도, 수 ms ~ 수 초 소요)
이미지 / 디스크 크기 큼 (OS 전체 포함, 일반적으로 GB 단위) 작음 (애플리케이션과 종속성만 포함, 주로 MB ~ 수백 MB 단위)
격리 수준 (Isolation) 강력함 (커널 분리, 하드웨어 수준 격리) 상대적으로 약함 (커널 공유, OS 수준 프로세스 격리)
주요 보안 고려사항 하이퍼바이저 보안 취약점, 게스트 OS 보안 관리 호스트 OS 커널 공유 취약점 (가장 중요), 권한 상승 공격, 컨테이너 이미지 보안
주요 사용 사례 – 서로 다른 종류의 OS 실행
– 강력한 보안 격리 필요 환경
– 레거시 애플리케이션
– 완전한 환경 제어 필요 시
–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 웹 애플리케이션, API 서버
– CI/CD 파이프라인
– 개발/테스트/운영 환경 일치
– 고밀도 애플리케이션 배포
유연성 (Flexibility) – 다양한 OS 종류 실행 가능
– 가상 하드웨어 세부 제어 가능
– 호스트 OS와 동일한 커널 기반 OS만 실행 가능 (주로 Linux on Linux)
– 하드웨어 직접 접근 제한적

이 표를 통해 가상 머신과 컨테이너의 핵심적인 차이점들을 명확히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각 기술은 고유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기술을 선택할지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상화의 대상이 하드웨어 전체냐 아니면 운영체제 위의 프로세스냐 하는 근본적인 아키텍처의 차이점, 그리고 독립적인 OS 커널을 갖느냐 아니면 호스트 OS 커널을 공유하느냐 하는 핵심적인 구조의 차이가 바로 VM과 컨테이너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적인 차이가 다음 절에서 살펴볼 리소스 효율성, 성능, 부팅 속도, 이미지 크기, 그리고 격리 수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2.1.2.2 리소스 효율성 및 성능 비교

앞서 살펴본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의 근본적인 아키텍처 차이, 즉 하드웨어 전체를 가상화하느냐 아니면 운영체제 커널을 공유하며 프로세스만 격리하느냐 하는 차이는 곧바로 시스템 자원(CPU, 메모리, 디스크 I/O, 네트워크 대역폭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빠르게 실행될 수 있는지(성능)에 대한 현격한 차이로 나타납니다. 이는 마치 연비가 좋은 자동차와 그렇지 않은 자동차의 차이처럼, 특히 대규모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비용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상 머신 (VM): ‘운영체제세(OS Tax)’로 인한 높은 오버헤드와 상대적 비효율성

VM 환경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실제로 실행하고 싶은 것은 그 안에 담긴 애플리케이션이지만, 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해 각 VM마다 완전한 운영체제(Guest OS)를 부팅하고 유지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VM의 가장 큰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지점입니다.

  • 높은 리소스 오버헤드: 애플리케이션 자체가 필요로 하는 CPU와 메모리 자원 외에도, 각 게스트 OS를 실행하는 데 상당한 양의 시스템 자원이 추가로 소모됩니다. 예를 들어, 비교적 가벼운 리눅스 배포판이라 할지라도 게스트 OS를 부팅하고 기본적인 서비스들을 실행하는 데만 최소 수백 메가바이트(MB)에서 많게는 기가바이트(GB) 단위의 메모리가 필요하며, CPU 자원 역시 일정 부분 지속적으로 점유하게 됩니다. 윈도우 서버 같은 무거운 OS를 게스트로 사용한다면 이 오버헤드는 더욱 커집니다. 이는 마치 각 애플리케이션마다 별도의 컴퓨터 본체(OS)를 하나씩 붙여주는 것과 같아서, 애플리케이션 자체의 요구량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운영체제세(OS Tax)’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VM의 오버헤드(Overhead)입니다.
  • 낮은 자원 밀도 (Density): 이러한 게스트 OS 오버헤드 때문에, 동일한 사양의 물리적 하드웨어에서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VM의 개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32GB 메모리를 가진 서버에 각 VM이 최소 2GB의 OS 오버헤드를 가진다고 가정하면, 애플리케이션 요구량을 제외하고도 16개 이상의 VM을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서버 자원의 활용률을 떨어뜨리고,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리 서버가 필요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인프라 비용(서버 구매 비용, 상면 비용, 전력 비용 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즉, VM은 서버 자원 위에 애플리케이션을 배치하는 밀도(Density)가 낮습니다.
  • 성능 저하 가능성: VM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이 실제 하드웨어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 → 게스트 OS → 하이퍼바이저 → (호스트 OS) → 물리 하드웨어 와 같이 여러 소프트웨어 계층을 거쳐야 합니다. 각 계층을 통과할 때마다 약간의 처리 시간 지연(Latency)과 CPU 사이클 소모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디스크 I/O나 네트워크 통신과 같이 빈번한 하드웨어 상호작용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이러한 오버헤드가 누적되어 성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텔의 VT-x나 AMD의 AMD-V와 같은 하드웨어 지원 가상화 기술의 발전과 KVM, VMware 등 최신 하이퍼바이저의 지속적인 최적화 덕분에 오늘날 VM의 성능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네이티브 성능에 매우 근접한 경우도 많습니다. IBM의 2012년 연구 등에 따르면 특정 워크로드에서는 KVM 기반 VM이클 소모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디스크 I/O나 네트워크 통신과 같이 빈번한 하드웨어 상호작용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이러한 오버헤드가 누적되어 성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텔의 VT-x나 AMD의 AMD-V와 같은 하드웨어 지원 가상화 기술의 발전과 KVM, VMware 등 최신 하이퍼바이저의 지속적인 최적화 덕분에 오늘날 VM의 성능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네이티브 성능에 매우 근접한 경우도 많습니다. IBM의 2012년 연구 등에 따르면 특정 워크로드에서는 KVM 기반 VM이 네이티브 대비 1-6% 정도의 성능 오버헤드만을 보인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이퍼바이저라는 추가 계층으로 인한 근본적인 오버헤드 가능성은 존재하며, 특히 CPU나 메모리 접근 패턴에 따라 성능 차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컨테이너 (Container): 커널 공유를 통한 낮은 오버헤드와 높은 효율성

반면, 컨테이너는 호스트 운영체제의 커널을 공유하는 아키텍처 덕분에 VM의 고질적인 오버헤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합니다.

  • 매우 낮은 리소스 오버헤드: 컨테이너는 게스트 OS를 실행하지 않으므로, OS 실행 자체를 위한 별도의 CPU나 메모리 자원 소모가 거의 없습니다. 컨테이너가 사용하는 시스템 자원은 주로 그 안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와 그 직접적인 종속 라이브러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만큼입니다. 물론 컨테이너 엔진 자체나 네임스페이스, Cgroups 등의 커널 기능을 사용하는 데 아주 약간의 오버헤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VM의 게스트 OS 오버헤드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 높은 자원 밀도 (Density): 오버헤드가 극히 낮기 때문에, 동일한 물리적 하드웨어에서 VM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컨테이너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32GB 메모리 서버 예시에서 각 컨테이너가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500MB의 메모리만 필요하다면, (단순 계산으로) 6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서버 자원을 훨씬 더 집약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동일한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물리 서버 수를 줄여 인프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합니다. 즉, 컨테이너는 서버 자원 활용의 밀도(Density)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특히 수많은 마이크로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 엄청난 이점입니다.
2.1.2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 비교
  • 네이티브에 가까운 성능: 컨테이너 내부에서 실행되는 프로세스는 사실상 호스트 OS 커널에서 직접 실행되는 일반적인 리눅스(또는 윈도우) 프로세스와 거의 동일합니다. 하이퍼바이저라는 별도의 추상화 계층을 거치지 않으므로, CPU 연산, 메모리 접근, 디스크 I/O, 네트워크 통신 등 대부분의 작업에서 물리 서버에서 직접 실행하는 것(Bare Metal)과 거의 차이가 없는 네이티브(Native)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예: 2014년 IBM 연구)에서는 특정 벤치마크에서 도커 컨테이너가 네이티브 성능과 거의 동일하거나 심지어 미미하게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특정 캐싱 효과 등 부수적인 요인일 수 있습니다). 물론, 네임스페이스 격리나 Cgroups 자원 제한 적용, 컨테이너 네트워킹(특히 오버레이 네트워크 사용 시) 등에서 약간의 성능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일반적으로 VM의 하이퍼바이저 오버헤드보다 훨씬 작습니다.

결론적으로, 시스템 리소스 사용의 효율성과 애플리케이션 실행 성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컨테이너는 가상 머신(VM)보다 확실히 우수한 장점을 제공합니다. 동일한 하드웨어 자원으로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특히 비용 효율성과 서비스 응답 속도가 중요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컨테이너가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 효율성과 성능상의 이점은 다음 절에서 논의할 격리 수준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를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적인 애플리케이션 배포 및 운영 시나리오에서는 컨테이너가 제공하는 효율성과 성능의 이점이 그 어떤 단점보다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2.1.2.3 부팅 속도 및 이미지 크기

2.1.2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 비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 그리고 서비스 운영 중에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속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얼마나 빨리 배포할 수 있는지, 갑작스러운 트래픽 증가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이 서비스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크기는 저장 공간 비용과 네트워크 전송 시간에 영향을 미칩니다. 바로 이 속도와 크기라는 측면에서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컨테이너가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 각광받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가상 머신(VM): 긴 부팅 시간과 대용량 이미지

VM의 작동 방식을 다시 떠올려보면, 그 속도와 크기의 한계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느린 부팅 속도: 새로운 VM 인스턴스를 시작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가상의 컴퓨터 한 대를 완전히 켜는 과정과 동일합니다. 하이퍼바이저가 가상 하드웨어를 준비하고 나면, 그 위에서 게스트 운영체제(Guest OS)의 전체 부팅 시퀀스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BIOS 또는 UEFI 초기화 과정(가상), 부트 로더(Bootloader) 실행, OS 커널 로딩 및 초기화, 각종 시스템 데몬 및 서비스 시작 등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계들이 포함됩니다. 마치 우리가 실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운영체제 로고를 보며 기다리는 것처럼, VM 역시 부팅을 완료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준비가 되기까지 일반적으로 최소 수십 초에서 길게는 몇 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은 특히 긴급하게 서비스를 확장해야 하거나 장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체 인스턴스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지연이 될 수 있습니다.
  • 거대한 이미지 크기: VM을 만들기 위한 템플릿 역할을 하는 VM 이미지(Image) 또는 템플릿(Template)은 그 안에 운영체제 전체(커널, 시스템 라이브러리, 기본 유틸리티 등)를 포함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윈도우나 리눅스를 설치할 때 필요한 ISO 파일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VM 이미지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최소 수 기가바이트(GB)에서 운영체제 종류나 설치된 소프트웨어에 따라 수십 GB에 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 저장 공간 비효율: 여러 개의 VM 이미지를 보관하는 데 많은 디스크 공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버전별로 이미지를 관리하거나 백업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 스토리지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 느린 배포 및 전송 시간: 새로운 VM을 프로비저닝(Provisioning)하기 위해 이 거대한 이미지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거나 스토리지 간에 복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배포 속도를 늦추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컨테이너 (Container): 매우 빠른 부팅속도와 작은 이미지 크기

반면, 컨테이너는 운영체제 커널을 공유하는 아키텍처 덕분에 속도와 크기 면에서 VM과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이점을 가집니다.

  • 매우 빠른 시작(부팅) 속도: 컨테이너를 시작하는 것은 호스트 OS 위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하나 생성하고 격리된 환경을 설정해주는 과정과 훨씬 유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스트 OS 커널은 이미 부팅되어 실행 중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컨테이너는 별도의 OS 부팅 과정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컨테이너 엔진이 컨테이너 이미지를 기반으로 필요한 파일 시스템을 준비하고 네임스페이스와 Cgroups 설정을 적용한 후, 이미지에 정의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를 즉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과정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므로, 컨테이너는 일반적으로 수 밀리초(ms)에서 길어도 수 초 이내에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이는 VM의 부팅 속도와 비교하면 수백 배에서 수천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마치 전원을 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켜져 있는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실행시키는 것과 같은 속도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매우 작은 이미지 크기: 컨테이너 이미지는 게스트 OS 전체를 포함하지 않고, 오직 애플리케이션 코드와 그 실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라이브러리 및 바이너리 종속성만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VM 이미지에 비해 그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최적화된 컨테이너 이미지의 경우 수십 메가바이트(MB)에서 수백 MB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데이터베이스나 복잡한 프레임워크를 포함하는 경우 GB 단위가 될 수도 있지만,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을 패키징한다면 VM 이미지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담은 컨테이너 이미지는 100MB 미만일 수 있지만,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을 VM에 담으려면 최소 리눅스 배포판 이미지 크기(수백 MB ~ 수 GB)가 더해져야 합니다.
    • 레이어 기반 효율성: 게다가 컨테이너 이미지는 레이어(Layer) 기반 파일 시스템 구조를 사용합니다(2.1.1.3 참조). 이는 이미지 저장 및 전송 효율성을 더욱 높여줍니다. 예를 들어, 여러 이미지가 동일한 기반 이미지(예: python:3.9-slim)를 사용한다면, 해당 기반 이미지 레이어는 로컬 디스크나 레지스트리에 단 한 번만 저장되고 공유됩니다. 이미지를 다운로드할 때도 로컬에 없는 레이어만 전송받으면 되므로 시간과 네트워크 대역폭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 레이어 캐싱 덕분에 컨테이너 이미지 빌드 시간도 크게 단축될 수 있습니다.
속도와 크기의 차이가 가져오는 결정적인 이점: 민첩성과 확장성

이처럼 컨테이너의 압도적으로 빠른 시작 속도와 현저히 작은 이미지 크기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오늘날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민첩성(Agility)확장성(Scalability)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민첩성 향상: 개발자가 코드를 수정하고 새로운 버전의 컨테이너 이미지를 빌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레이어 캐싱 활용), 작아진 이미지를 CI/CD(지속적 통합/지속적 배포) 파이프라인을 통해 테스트 환경과 운영 환경에 배포하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이는 개발-테스트-배포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기업이 시장 변화나 고객 요구에 훨씬 더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기능을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게 합니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출시 시간(Time-to-Market)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 뛰어난 확장성: 웹 서비스에 갑자기 사용자 트래픽이 몰리는 경우(예: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유명 인플루언서의 언급 등), VM 환경에서는 새로운 VM 인스턴스를 부팅하여 서비스 용량을 늘리는 데 몇 분씩 걸릴 수 있어 사용자 요청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컨테이너 환경에서는 단 몇 초 만에 수십, 수백 개의 컨테이너 인스턴스를 즉시 생성하여 급증하는 트래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수평 확장, Horizontal Scaling). 이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가용성을 크게 높여주며, 사용자 경험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쿠버네티스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오토스케일링(Autoscaling)은 바로 이 컨테이너의 빠른 시작 속도를 기반으로 하여, 정의된 메트릭(예: CPU 사용률)에 따라 자동으로 컨테이너 수를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합니다.

결론적으로, 컨테이너가 제공하는 빠른 시작 속도와 작은 이미지 크기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배포, 운영 전반에 걸쳐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적인 장점입니다. 이는 기업이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비용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조직들이 VM 기반의 인프라에서 컨테이너 기반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제 가상 머신과 컨테이너의 부팅 속도 및 이미지 크기 차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절에서는 두 기술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인 격리 수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1.2.4 격리 수준의 차이

지금까지 가상 머신(VM)과 컨테이너의 아키텍처, 리소스 효율성, 성능, 속도, 크기 등 여러 측면에서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리고 어쩌면 보안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차이점 중 하나인 격리(Isolation)의 수준과 방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VM과 컨테이너 모두 격리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 격리의 ‘벽’을 어디에, 어떻게 세우느냐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는 각 기술의 장단점과 적합한 사용 사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가상 머신 (VM): 하드웨어 수준의 강력한 격리 (독립된 커널)

VM이 제공하는 격리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하이퍼바이저(Hypervisor)를 통해 하드웨어(Hardware) 수준에서부터 격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각 VM이 물리적으로는 같은 하드웨어를 공유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자신만의 완전히 독립된 운영체제 커널(Kernel)을 가지고 실행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각기 다른 기초 위에 세워진 별개의 건물과 같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과 같은 강력한 격리 특성을 제공합니다.

  • 커널 수준의 완벽한 분리: 이것이 VM 격리의 핵심입니다. 한 VM의 게스트 운영체제 커널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여 커널 패닉(Kernel Panic) 상태에 빠지거나, 해당 커널에 존재하는 보안 취약점이 악용되더라도, 그 영향은 해당 VM 내부에 국한됩니다. 다른 VM에서 실행 중인 게스트 OS 커널이나 호스트 운영체제(또는 하이퍼바이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각 VM은 자신만의 독립된 운영체제 생명주기와 오류 도메인(Failure Domain)을 가집니다.
  • 강력한 보안 경계: 독립된 커널은 매우 견고한 보안 경계를 제공합니다. 한 VM이 악성코드에 감염되거나 공격자에게 침해당하더라도, 공격자가 해당 VM의 경계를 넘어 다른 VM이나 호스트 시스템으로 침투하는 것은 (하이퍼바이저 자체의 취약점이 없는 한) 매우 어렵습니다. 각 VM은 별도의 메모리 공간, 디바이스 드라이버, 시스템 프로세스 등을 가지므로 서로 간섭할 여지가 훨씬 적습니다.
  • 이기종 운영체제 실행 가능: 각 VM이 독립적인 커널을 가지므로, 하나의 물리적 호스트 위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운영체제(예: 리눅스 배포판 VM과 윈도우 서버 VM, 심지어 macOS VM까지)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특정 OS 환경이 필요한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개발/테스트 환경을 구축해야 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격리 수준 덕분에 VM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에서 여전히 선호되거나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 높은 수준의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요구 환경: 금융 정보(PCI-DSS), 의료 정보(HIPAA)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거나 엄격한 규제 준수가 필요한 환경에서는 VM이 제공하는 강력한 격리 경계가 선호될 수 있습니다.
  • 멀티 테넌트(Multi-tenant) 환경: 서로 신뢰 관계가 없는 여러 고객(테넌트)의 워크로드를 동일한 물리적 인프라에서 호스팅해야 하는 경우(예: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VM의 강력한 격리는 테넌트 간의 간섭과 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신뢰할 수 없는 코드 실행: 외부 사용자로부터 제공받은 코드나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실행해야 할 때, VM이라는 안전한 샌드박스 환경을 활용하여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OS 환경 필요: 특정 버전의 윈도우나 특수한 리눅스 배포판 등 호스트 OS와 다른 운영체제 환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VM이 유일한 대안일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 (Container): 운영체제 수준의 격리 (커널 공유의 양날의 검)

반면, 컨테이너는 호스트 운영체제(Host OS)의 커널을 모든 컨테이너가 공유하는 구조 위에서, 커널 기능인 네임스페이스(Namespaces)와 컨트롤 그룹(Cgroups) 등을 통해 프로세스 수준에서 격리를 제공합니다. 이는 VM의 하드웨어 수준 격리와 비교했을 때, 본질적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격리 수준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마치 아파트 건물의 여러 세대가 벽(네임스페이스 등)으로 공간은 분리되어 있지만, 건물의 기초와 주요 설비(커널)는 공유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잠재적 위험을 내포합니다.

  • 커널 공유로 인한 잠재적 위험: 이것이 컨테이너 격리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입니다. 모든 컨테이너가 동일한 호스트 OS 커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약 이 공유 커널 자체에 심각한 보안 취약점(Kernel Vulnerability)이 존재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공격자가 특정 컨테이너 내부에서 이 커널 취약점을 성공적으로 악용하여 호스트 OS의 루트(root) 권한을 획득(Privilege Escalation)하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해당 호스트에서 실행 중인 다른 모든 컨테이너의 파일 시스템에 접근하거나,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거나, 네트워크 트래픽을 엿듣는 등 심각한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공유되는 커널이 시스템 전체의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또는 공격 표면(Attack Surface)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과거 Dirty COW와 같은 커널 취약점들이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 OS 호환성 제약: 호스트 OS 커널을 공유하므로, 컨테이너는 기본적으로 호스트 OS와 동일한 커널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운영체제 환경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리눅스 호스트에서는 윈도우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윈도우 컨테이너를 직접 실행할 수 없습니다. (Windows 컨테이너는 Windows 호스트에서만 실행 가능합니다. WSL2와 같이 내부적으로 경량 VM을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 보안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 필요: 이러한 약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 환경에서는 격리 수준을 강화하고 보안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추가적인 보안 메커니즘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 리눅스 보안 모듈 (LSM – Linux Security Modules): SELinux나 AppArmor와 같은 LSM은 커널 수준에서 강제적 접근 통제(Mandatory Access Control, MAC)를 구현합니다. 이는 각 컨테이너(프로세스)가 접근할 수 있는 파일, 네트워크 포트, 시스템 자원 등을 미리 정의된 보안 정책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설령 컨테이너 내부에서 루트 권한을 탈취하더라도, LSM 정책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행동(예: 호스트 파일 시스템 접근)은 차단될 수 있어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Seccomp (Secure Computing Mode): 컨테이너 프로세스가 호출할 수 있는 시스템 콜(System Call)의 목록을 제한하는 커널 기능입니다. 시스템 콜은 프로세스가 커널의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인데, 불필요하거나 위험한 시스템 콜의 사용을 차단함으로써 커널 공격 표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Docker나 Kubernetes는 기본적으로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여러 시스템 콜을 차단하는 기본 Seccomp 프로파일을 적용합니다.
    • Capabilities: 리눅스 커널은 전통적으로 루트 사용자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루트가 가진 강력한 권한들을 여러 개의 세분화된 케이퍼빌리티(Capability)로 나누어 관리합니다. 컨테이너는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케이퍼빌리티만 부여받고, 특히 강력한 권한인 CAP_SYS_ADMIN과 같은 것들은 대부분 제거된 상태로 실행됩니다. 이는 ‘최소 권한 원칙(Principle of Least Privilege)’을 적용하여, 컨테이너가 침해되더라도 시스템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한합니다.
    • 사용자 네임스페이스 (User Namespaces): 이 기능은 컨테이너 내부의 사용자 ID(UID)와 그룹 ID(GID)를 호스트 시스템의 실제 UID/GID와 분리하여 매핑하는 강력한 격리 메커니즘입니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 내부에서는 루트(UID 0) 사용자로 보이지만, 호스트 시스템에서는 권한이 없는 일반 사용자(예: UID 100000)로 인식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컨테이너 내부에서 루트 권한을 획득하더라도 호스트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무런 특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보안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이를 활용한 것이 ‘루트리스 컨테이너(Rootless Containers)’ 기술입니다.
    • 샌드박스 컨테이너 (Sandboxed Containers): 컨테이너의 약한 격리 수준을 보완하기 위해, 각 컨테이너(또는 파드)마다 자체적인 경량 커널 또는 마이크로VM을 제공하여 격리 수준을 VM에 가깝게 높이려는 기술들도 등장했습니다. 구글의 gVisor는 커널 시스템 콜을 사용자 공간에서 가로채어 처리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격리 계층을 제공하며, 인텔 등이 주도하는 Kata Containers는 각 컨테이너(파드)를 경량화된 VM 위에서 실행하여 하드웨어 가상화 수준의 격리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약간의 성능 오버헤드를 감수하는 대신 훨씬 강력한 보안 격리를 제공하므로, 멀티 테넌트 환경이나 보안이 매우 중요한 워크로드에 컨테이너를 적용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결론: 격리 수준과 효율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결론적으로, 순수하게 격리의 강도(Strength of Isolation)만을 놓고 본다면, 독립된 커널을 사용하는 가상 머신(VM)이 커널을 공유하는 컨테이너보다 더 강력한 격리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특히 보안이 최우선시되거나 서로 다른 OS 환경이 필요한 경우 VM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컨테이너가 제공하는 운영체제 수준의 격리도 대부분의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는 충분한 수준의 보안과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SELinux/AppArmor, Seccomp, Capabilities, User Namespaces 등 다양한 보안 강화 기법들을 함께 적용하면 그 격리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격리 수준의 차이는 앞서 살펴본 리소스 효율성, 성능, 속도, 이미지 크기 등 다른 측면에서의 압도적인 장점들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어떤 기술을 선택할지는 절대적인 우위가 있다기보다는, 운영하려는 워크로드의 특성(예: 신뢰 수준, 성능 요구사항), 충족해야 하는 보안 및 규정 준수 요구사항, 필요한 운영체제 환경, 그리고 관리 복잡성 및 비용 효율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황에 맞게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는 많은 경우 컨테이너의 장점(효율성, 속도, 밀도)이 격리 수준에 대한 우려보다 더 크게 작용하여 표준 기술로 자리 잡았지만, 필요에 따라 VM이나 샌드박스 컨테이너와 같은 기술들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상 머신과 컨테이너의 격리 수준 차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두 기술의 근본적인 차이점과 각각의 장단점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

이 절에서 가상 머신과 컨테이너의 주요 차이점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자세히 비교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우리는 컨테이너 기술이 왜 등장했고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컨테이너화가 왜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들을 제공하는지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