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래프DB의 장점과 활용 분야
서론: 관계의 가치를 발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의 집합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데이터 간의 숨겨진 ‘관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 우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통적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가 개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면,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데이터 간의 ‘연결’과 ‘맥락’을 중심으로 설계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합니다. 이는 마치 개별 나무가 아닌 전체 숲의 생태계를 조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가 제공하는 세 가지 핵심 장점, 즉 고성능 연결 탐색, 직관적 데이터 모델링, 그리고 유연한 스키마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지 심도 있게 살펴봅니다. 나아가 이러한 장점들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추천 엔진, 사기 탐지, 차세대 AI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대표적인 활용 분야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겠습니다.
1.2.1. 고성능의 연결 탐색: 데이터 속도가 비즈니스의 승패를 가르는 시대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 ‘실시간’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마케팅 용어가 아닌 생존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금융 사기(Fraud)는 결제가 일어나는 0.1초 안에 탐지해야 하며, 물류 대란은 공급망의 병목 지점을 미리 예측해야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은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양이 폭증하고 연결성이 복잡해질수록, 우리가 오랫동안 믿고 써왔던 전통적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는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 부족이 아닌, 데이터를 처리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데이터의 저장소를 넘어, 데이터의 연결을 탐색하는 속도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1.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의 구조적 한계: “JOIN은 비싸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는 데이터를 엑셀 시트처럼 ‘테이블(Table)’이라는 격리된 공간에 나누어 저장합니다. 만약 A 테이블의 고객과 B 테이블의 구매 내역을 연결하려면, 쿼리를 날리는 순간 데이터베이스는 두 테이블을 대조하여 합치는 JOIN 연산을 수행해야 합니다.
- 기술적 병목 (Cartesian Product):
JOIN은 본질적으로 비용이 매우 비싼 연산입니다. 연결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시스템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경우의 수(Cartesian Product)를 계산해야 합니다.
- 인덱스 룩업(Index Lookup)의 반복: RDBMS에서 관계를 찾는 과정은 책 뒤편의 ‘색인(Index)’을 뒤지는 것과 같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찾으려면, ‘친구 목록 색인’을 찾고, 거기서 나온 결과로 다시 ‘그 친구의 친구 목록 색인’을 또 찾아야 합니다.
- 깊어질수록 느려지는 쿼리: 관계의 깊이(Depth)가 3~4단계만 넘어가도(Multi-hop), 수십 개의 테이블을 동시에
JOIN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는 고성능 서버조차 수 분, 심지어 수 시간이 걸리게 만들며, 실시간 서비스에서는 사실상 ‘응답 불가’ 상태를 초래합니다.
2. 그래프 탐색(Traversal)의 비밀: “이미 연결되어 있다”
반면,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부터 ‘관계’를 최우선으로 취급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인덱스 프리 인접성(Index-free Adjacency)’입니다.
- 물리적 주소의 직접 연결: 그래프 DB에서 데이터(노드)는 연결된 이웃 데이터의 물리적 메모리 주소(Pointer)를 직접 가지고 있습니다.
- 지도 찾기 vs 길 따라가기: RDBMS가 목적지를 찾기 위해 매번 지도를 펴고 주소를 검색(Index Scan)해야 한다면, 그래프 DB는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 O(1)의 성능: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져도, 현재 노드에서 이웃 노드로 이동하는 비용은 일정합니다. 전체 데이터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탐색해야 할 관계의 수’에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십억 건의 데이터 속에서도 밀리초(ms) 단위의 초고속 탐색이 가능합니다.
3. 성능 격차의 증명: “수천 배의 속도 차이”
이러한 아키텍처의 차이는 실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대표적인 그래프 DB 벤치마크 사례(예: Neo4j in Action 등에서 인용된 실험)를 보면 그 차이는 충격적입니다.
- 실험 환경: 100만 명의 사용자가 각각 50명의 친구를 가진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
- 미션: ‘친구의 친구’를 넘어, 5단계(Depth 5) 건너 아는 사람을 찾아라.
- 결과:
-
- RDBMS: 쿼리 실행 후 시스템이 멈추거나, 결과를 반환하는 데 수십 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사실상 처리 불가)
- 그래프 DB: 동일한 쿼리를 단 1~2초 이내에 완료했습니다.
- 의미: 데이터의 관계가 깊고 복잡할수록 그래프 DB의 성능 우위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집니다. 이는 단순한 속도 개선이 아니라,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분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입니다.
4. AI와 LLM을 위한 필수 엔진: GraphRAG와 멀티 홉(Multi-hop) 추론
이러한 고성능 탐색 능력은 생성형 AI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최근 대두되는 GraphRAG(그래프 검색 증강 생성) 기술의 핵심이 바로 이 ‘탐색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 벡터 검색의 한계: 기존의 벡터 검색(Vector Search)은 “의미적으로 유사한 문장”은 잘 찾지만, “A가 B의 원인이고, B가 C 결과로 이어졌다”는 논리적 연결 고리는 파악하지 못합니다.
- 멀티 홉(Multi-hop) 추론의 완성: 그래프 탐색은 **’A -> B -> C -> D’**로 이어지는 다단계 관계를 순식간에 추적합니다. 이를 통해 LLM(거대언어모델)에게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연결된 맥락과 논리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결과: AI는 “환각(Hallucination)”을 줄이고, 마치 탐정이 단서를 연결하듯 깊이 있는 추론을 통해 훨씬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답변을 내놓게 됩니다.
결국 이 압도적인 탐색 성능의 비결은 단순합니다. 데이터의 ‘관계(Relationship)’를 계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저장해야 할 ‘실체’로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관계를 물리적으로 저장함으로써 탐색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이 강력한 기술을 비즈니스 언어로 표현하는 ‘직관적인 데이터 모델링’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2.2. 직관적 데이터 모델링: 화이트보드의 그림이 곧 코드가 되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병목 중 하나는 ‘기획자의 의도’를 ‘데이터베이스 구조’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비즈니스 담당자는 “고객이 상품을 구매한다”라고 생각하지만, 개발자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Customer 테이블, Order 테이블, Product 테이블, 그리고 이들을 잇는 Order_Detail 매핑 테이블 등을 떠올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객체-관계 불일치(Object-Relational Impedance Mismatch)’라는 복잡한 기술적 장벽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래프 데이터 모델링은 이 장벽을 허물어버립니다. 우리가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동그라미와 화살표로 비즈니스 로직을 그리는 방식 그대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적 효율성을 넘어, 비즈니스 전문가와 개발자가 ‘같은 그림’을 보며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협업 도구입니다.
1. 화이트보드 친화적(Whiteboard Friendly) 모델: “보이는 대로 저장한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특히 LPG: Labeled Property Graph 모델)는 복잡한 스키마 설계 없이 두 가지 핵심 요소만으로 세상을 표현합니다.
- 노드(Node): 현실 세계의 주체(사람, 회사, 자산 등)를 나타내는 동그라미.
- 관계(Relationship/Edge):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구매, 친구, 소유 등)을 나타내는 화살표.
이 구조는 우리가 화이트보드에 그리는 다이어그램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쿼리 언어의 직관성입니다. 대표적인 그래프 쿼리 언어인 Cypher는 마치 아스키 아트(ASCII Art)처럼 데이터의 형상을 텍스트로 표현합니다.
- Cypher 예시:
(철수:사람)-[:구매]->(피자:음식)
-
- 괄호
()는 노드(사람, 음식)를, 화살표->는 관계(구매)를 의미합니다.
- 괄호
- 효과: 개발자가 아닌 비즈니스 분석가나 경영진도 쿼리만 보고 “철수가 피자를 구매했구나”라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코드와 비즈니스 로직 간의 인지적 거리를 ‘0’에 가깝게 줄여줍니다.
2. 관계를 ‘일급 시민(First-class Citizen)’으로 격상하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에서 ‘관계’는 서자(庶子) 취급을 받습니다.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테이블 간의 키(Foreign Key) 매칭을 통해 쿼리 실행 시점에 일시적으로 계산되는 ‘가상의 연결’일 뿐입니다. 반면,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에서 관계는 노드와 동등한 ‘일급 시민’입니다.
- 독립적인 객체: 관계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 저장되며 고유의 식별자를 가집니다.
- 속성(Property) 보유: 관계 안에 데이터를 담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RDBMS에서는 “A와 B가 친구다”라는 사실 외에, “2020년부터(since), 학교에서(location) 만난 친구”라는 정보를 저장하려면 별도의 ‘매핑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프 DB에서는 ‘친구’라는 화살표(관계) 안에
since: 2020,location: School이라는 속성을 직접 넣을 수 있습니다.
- 결과: 데이터 모델이 현실 세계의 풍부한 맥락(Context)을 잃지 않고 그대로 보존됩니다.
3. 복잡한 정규화(Normalization)의 해방
RDBMS를 설계할 때는 데이터 중복을 막기 위해 데이터를 잘게 쪼개는 ‘정규화‘ 과정을 거칩니다. 마치 자동차를 차고에 넣기 위해 부품별로 분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데이터를 쓸 때는 분해해서 넣고, 읽을 때는 다시 조립(JOIN)해야 하니 비효율적입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자동차를 통째로 주차”합니다.
- 직관적 구조: 데이터를 쪼개서 분산시킬 필요 없이, 관련된 데이터끼리 뭉쳐서 저장하고 연결합니다.
- 비즈니스 민첩성: 복잡한 ERD(Entity Relationship Diagram)를 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이 이 상품을 샀으니 연결하자”는 직관이 곧 데이터 구조가 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가나 현업 담당자도 구조를 쉽게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 모델링은 단순히 개발 편의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 그대로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 직관성은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데이터에 반영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기술 부채를 최소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직관적인 모델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즈니스가 성장함에 따라 데이터 구조도 함께 자라나야 합니다. 다음 섹션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만의 ‘유연한 스키마’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선 섹션들에서 우리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의 ‘압도적인 속도’와 ‘직관적인 표현력’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퍼즐 조각인 ‘유연성’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한번 지으면 구조를 바꾸기 힘든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언제든 블록을 더하고 뺄 수 있는 레고 블록 같은 데이터베이스의 이야기입니다.
1.2.3. 유연한 스키마와 진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과거의 IT 프로젝트는 “건축”과 같았습니다. 착공 전에 설계도를 완벽하게 확정해야 했고,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구조를 바꾸는 것은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설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테이블과 컬럼을 정의해야 했고, 나중에 비즈니스 요건이 바뀌어 이를 수정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비즈니스는 “생물”과 같습니다. 오늘 맞았던 전략이 내일은 틀릴 수 있습니다. 유연한 스키마(Flexible Schema)를 가진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비즈니스가 멈추지 않고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1.ALTER TABLE의 공포 없는 자유로운 확장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를 운영해 본 엔지니어라면ALTER TABLE 명령어의 무거움을 알 것입니다. 수억 건의 데이터가 쌓인 운영 DB에 컬럼 하나를 추가하거나 속성을 변경하는 작업은, 서비스를 일시 중단(Downtime)시키거나 시스템 성능을 급격히 저하시킬 위험이 큽니다. 이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데 큰 심리적, 기술적 장벽이 됩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스키마 리스(Schema-less)’ 혹은 ‘스키마 옵셔널(Schema-optional)’ 구조를 지향합니다.
- 즉각적인 반영: 새로운 비즈니스 요건이 생기면, 기존 데이터를 건드리지 않고 새로운 라벨(Label)이나 속성(Property)을 가진 노드를 즉시 추가하면 됩니다.
- 예시: 기존에 없던 ‘리뷰’ 기능을 쇼핑몰에 도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RDBMS는 테이블을 새로 만들고 기존 테이블과 연결하는 대공사가 필요하지만, 그래프 DB에서는 단순히
(사용자)-[:WROTE]->(리뷰)라는 관계를 그 시점부터 생성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과거의 데이터는 그대로 둔 채, 미래의 데이터부터 자연스럽게 새로운 구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2. 희소 데이터(Sparse Data)와 반정형 데이터의 포용
현실의 데이터는 엑셀 표처럼 꽉 차 있지 않습니다. 어떤 상품은 ‘전압’ 속성이 필요하지만(전자제품), 어떤 상품은 ‘유통기한’이 필요합니다(식품). RDBMS에서 이를 모두 수용하려면 거대한 테이블을 만들고, 해당하지 않는 칸은 비워두는(NULL) 비효율적인 방식을 써야 합니다. 이를 ‘희소 행렬(Sparse Matrix)’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필요한 것만 저장한다”는 원칙을 따릅니다.
- 개별적인 속성 관리: 모든 노드는 각자 자신만의 속성 주머니를 가집니다. ‘노트북’ 노드는 CPU 정보를, ‘사과’ 노드는 당도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데이터들이 하나의 그래프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 데이터 통합의 용이성: 형식이 제각각인 데이터 소스(JSON, XML 등)나, 구조가 수시로 변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할 때도 복잡한 변환 과정(ETL)을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3. 비즈니스 민첩성(Agility)과 시장 적기 출시(Time-to-Market)
기술적 유연성은 곧 경영의 속도로 이어집니다.
- MVP(최소 기능 제품) 개발 최적화: 처음부터 완벽한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핵심 기능만 먼저 구현하고, 비즈니스 피드백에 따라 살을 붙여나가는 점진적 개발(Iterative Development)이 가능합니다.
- 혁신의 가속화: 경쟁사보다 빨리 새로운 기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조 변경 때문에 개발이 지연되는 병목 현상을 제거합니다. 그래프 DB를 사용하는 기업은 “데이터 구조를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할 시간에 “어떤 새로운 가치를 연결할까?”를 고민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가 가진 세 가지 핵심 무기를 살펴보았습니다.
- 고성능 연결 탐색: 복잡한 관계를 순식간에 찾아내는 속도
- 직관적 모델링: 화이트보드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옮기는 표현력
- 유연한 스키마: 비즈니스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유연성
이 강력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실제 기업들은 어떤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이제 이론을 넘어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세 가지 장점이 실제 비즈니스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는지, 대표적인 활용 분야(Use Cases)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1.2.4. 대표적 활용 분야: 연결의 힘이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꾸다
데이터를 개별적인 점으로만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점과 점을 잇는 선(관계)을 보는 순간, 비즈니스의 숨겨진 패턴과 기회가 드러납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연결’을 가장 잘 다루는 도구입니다. 추천 시스템부터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까지, 그래프 기술이 어떻게 산업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1. 실시간 추천 엔진 (Real-Time Recommendation): “당신의 의도를 미리 읽다”
오늘날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기업의 경쟁력은 ‘개인화’에서 나옵니다. 과거의 추천 시스템이 단순히 “A를 산 사람이 B도 샀다” 정도의 통계에 의존했다면, 그래프 기반 추천은 훨씬 더 정교하고 즉각적입니다.
- 작동 원리: 고객의 실시간 행동(클릭, 장바구니), 과거 이력, 소셜 관계, 상품의 세부 속성 등을 하나의 거대한 그래프로 연결합니다.
- 차별점: “맥주를 산 사람이 기저귀도 샀다”는 단순 패턴을 넘어, “현재 30대 남성이 금요일 저녁에 특정 영화 장르를 검색 중이라면, 어떤 안주를 추천해야 할까?”와 같은 복합적인 맥락(Context)을 실시간으로 추론해냅니다. 이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구매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높입니다.
2. 사기 탐지 (Fraud Detection): “범죄 조직의 은밀한 고리를 끊다”
금융 사기범들은 점점 더 지능화되어, 여러 계좌를 거치며 자금을 세탁하거나 가짜 신분을 조합해(Synthetic Identity) 시스템을 속입니다. 개별 데이터만 보는 RDBMS는 이들의 파편화된 행동을 정상 거래로 오판하기 쉽습니다.
- 작동 원리: 그래프는 사람, 계좌, 기기(Device ID), 전화번호, 주소 등을 노드로 연결합니다.
- 차별점: 사기범들이 아무리 신분을 위조해도, 그들이 공유하는 전화번호나 특정 IP 주소 같은 ‘연결 고리’는 숨길 수 없습니다. 그래프 분석은 정상적으로 보이는 수천 건의 거래 속에 숨겨진 ‘순환 고리(자금 세탁 패턴)’나 ‘거미줄처럼 얽힌 공모 관계’를 시각적으로 즉시 드러내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합니다.
3. 지식 그래프와 차세대 AI (GraphRAG): “AI에게 논리적 뇌를 달아주다”
최근 생성형 AI(LLM) 열풍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GraphRAG(그래프 검색 증강 생성)입니다.
- 문제점: 챗GPT 같은 LLM은 말을 그럴싸하게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최신 기업 내부 정보를 알지 못합니다.
- 해결책 (지식 그래프):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지식 그래프 형태로 구조화하여 AI에게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텍스트 검색(Vector Search)을 넘어, “A 부품의 결함이 B 공정에 영향을 미쳐 C 제품의 출고가 지연되었다”는 인과 관계와 논리적 구조를 AI가 이해하게 돕습니다.
- 효과: 결과적으로 AI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답변을 내놓게 되며, 답변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를 구현하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4. 소셜 네트워크 및 영향력 분석 (Social Network Analysis): “네트워크의 허브를 찾다”
‘친구 찾기’ 기능은 기본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그래프는 네트워크 내의 ‘슈퍼 허브(Super Hub)’를 찾아내는 데 쓰입니다.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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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 단순히 팔로워 수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룹과 그룹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여론 주도자(Influencer)를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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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 관리 및 보안: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추적하거나, IT 네트워크상의 취약점이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는 경로(Attack Path)를 시뮬레이션하여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5. 마스터 데이터 관리 (MDM & Customer 360): “흩어진 진실을 하나로 모으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 데이터가 영업팀 시스템, 마케팅팀 시스템, CS팀 시스템에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김철수”, “Chul-soo Kim”, “CS_Kim”이 모두 같은 사람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 해결책: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서로 다른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결하여 고객, 제품, 조직에 대한 ‘360도 뷰(360-degree view)를 제공합니다.
- 효과: 이것이 바로 ‘단일 진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입니다. 기업은 중복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고객에게 일관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며, 전사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이 5가지 사례는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데이터의 가치는 홀로 존재할 때보다, 서로 연결될 때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는 점입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는 이 ‘연결의 가치’를 채굴하는 가장 진보된 도구입니다. 이제 기업에게 그래프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DB 교체가 아니라, 복잡성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는 것과 같습니다.
